본 글은 몽(@moul01)님의 커미션 작업물입니다. 언제나 귀여운 커미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그러니까, 내가 먹고 바로바로 치우라고 몇 번을 말해?”



디케이상 주무시면 치울 계획이었습니다앗─!!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V는 한 마디를 안 져서. DK는 골이 울린다는 것을 몸소 겪는 중이었다. 목청도 커, 고집도 세. 하여간 애지, 애야. 폭폭 한숨만 늘어 쉬던 DK는 결국 제 몸을 숙여 야식으로 먹은 라면들을 싱크대에 가져다 두었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그릇을 헹구고, 식기세척기에 넣어 버튼만 누르면 되는. 그 몇 안 되는 일련의 행위가 귀찮다며 미루는 V와 벌레 생기는 것이 끔찍이도 싫은 데다가 귀찮기 전에 치우는 게 낫다는 주의인 DK는 동거를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이런 면에서 잘 맞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DK는 음식물 쓰레기를 깔끔하게 정리해두는 걸 선호했고, V는 수챗구멍이 막힐 때쯤 비워내길 좋아했다. 요리를 잘하는 것과 정리를 잘하는 건 별개인 모양이지. DK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도 늘 제가 받아먹는 처지니 말을 아끼려고 했지만…. 세상사가 다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라.



“또 수챗구멍 안 치웠지. 냄새나잖아.”

“그것도 치우면서 치우려고 했습니다앗─!! 지금도 상 닦고 있잖습니까~─….”



그렇다고 V가 차라리 게을렀다면 마음 편히 욕이라도 한 바가지, 시원하게 했을 텐데. DK랑 생활 습관이 다를 뿐이지 정말 게으른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DK가 먼저 답답해서 치우기 시작하면 꼬박꼬박 상 차려둔 것을 정리하고, 재활용은 따로 모아두고 있었으니까. 그러게 좀 미리미리만 하면 얼마나 좋아. DK는 중얼거리기나 할 뿐이다.










왜 안 싸우려거든 결혼이 아니라 연애를 하라는지, DK는 가슴 깊이 이해했다. 역시 인생을 오래 살아본 사람들의 말은 틀린 것이 거의 없는 법이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자잘한 단점이 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내 달랐던 서로의 삶을 하나의 궤적으로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다만… 이 집에서는 유독 DK 혼자 속이 터져나갔다. DK는 나름 도덕 교사였고, 어린아이 대하는 것에는 도가 텄으며, 참는 것은 몸에 사리가 쌓일 지경이었으나 그것이 연인 관계에서는 또 달랐으므로.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그래서 저 일본계 한국산 닌자랑 연애하는 걸까. DK는 이따금 진지하게 고민하고는 했다.



“V, 음식물 쓰레기 좀 버리고 와.”

“지금 밤 9시에 영하 9도인데 말입니까앗─?!!”



그럼 내가 하리? DK의 물음에 V는 직접 하셔도 되잖슴까~─……. 라며 구시렁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싱크대의 음식물 쓰레기를 챙겼다. 쓰레기봉투를 다시 한번 비닐에 담아서 물이 흐르지 않게 하고, 반대쪽 손에는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챙겨 나가면…. 아주 추웠다. 정말, 아주. 너무 많이.



영하 9도의 날씨란 이런 추위구나. 이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추위에 V는 후다닥 뛰어서 분리수거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 그래도 물기 젖은 쓰레기를 만져서 순식간에 얼어붙은 손을 씻으면, 하필 고인 물로 레버가 돌아간 상태라서. V는 이러다가 동상이라도 걸리는 게 아닐지 고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눈에 들어온 것이 옷 소매를 걷고 있는 DK라서. V의 표정은 꼭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같았다.



“디케이상 밖에 엄청 춥습니다앗─!!”

“안 나갈 건데 뭐 어때. 난방도 따뜻하구만.”



평온한 어조는 영하 9도를 맛보지 않은 사람만의 것이었다. V는 이 추운 날에 그를 밖으로 내보내진 못하더라도 간접적으로 그 온도를 맛보게 해줄 작전을 떠올렸다. 자신의 꽁꽁 얼어붙은 손으로. 그와 동시에 V는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 든 DK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살금살금. 먹이를 노리는 맹수가 접근하듯이. 조심스럽게 DK의 뒤로 다가서서, ….



“아, 차가!!!”



DK의 비명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 V가 무사히, 들키지 않고 DK의 목덜미에 제 양손을 가져다 댄 성과였다. 제가 엄청 춥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앗─!! 웃음 섞인 말에 DK는 책을 덮어서 내려두는 대신 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어? 어엇─??? V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렇게 변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머리 위로 내려오는 묵직한 책에 V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피해? 이걸 피해? 지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지?”



그 말이 더 살벌하게 느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V는 그저 민첩한 하루 되십시오옷─!!를 외치며 도망칠 뿐이다. 여느 연인들과 같지는 않아도, 그리 춥지도 않은 겨울이 그렇게 이어져갔다.